약국에서 “기침약 주세요” 하면 약사가 거의 매번 되묻습니다. 가래가 나오느냐고요.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에요. 기침을 눌러주는 약과 가래를 묽게 만드는 약은 작동 방향이 반대입니다. 엉뚱한 쪽을 집으면 증상이 더 오래 갈 수도 있거든요.
목이 간질간질해서 컹컹 마른기침만 나는 사람. 가슴 깊은 데서 끈적한 게 걸려 그걸 뱉어내느라 기침하는 사람. 둘 다 “기침”이라고 부르지만 필요한 약은 다릅니다.
진해제와 거담제, 하는 일이 정반대다
기침약이라고 부르는 진해제는 뇌의 기침 중추를 눌러 기침 반사 자체를 줄입니다. 기침이 잦아드니 밤에 잠은 잘 오죠.
가래약, 그러니까 거담제는 정반대입니다. 기침을 멈추게 하지 않아요. 오히려 끈끈한 가래의 점도를 낮춰서 잘 뱉어지게 돕습니다. 가래가 있는 기침은 몸이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과정이라 그 기침을 억지로 막으면 가래가 기도에 남아 있게 되니까요.
그래서 판단 기준이 의외로 단순합니다. 가래가 나오면 거담제 쪽, 안 나오는 마른기침이면 진해제 쪽입니다.

마른기침에 쓰는 진해제 성분
일반의약품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건 덱스트로메토르판입니다. 마약성이 아니면서 기침 중추에 작용하는 성분이라 종합감기약에도 자주 들어갑니다. 사람에 따라 졸음이나 어지러움이 올 수 있어서 운전 전에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코데인·디히드로코데인은 기침을 누르는 힘이 더 센 마약성 진해제입니다. 그만큼 제한도 큽니다. 식약처는 2017년부터 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쓰지 않도록 정해뒀습니다. 변비나 졸음 같은 반응도 흔한 편이고요. 약국에서 이 성분이 든 약을 받았다면 임의로 용량을 늘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목이 간지러워서 나는 기침에는 항히스타민 성분이 함께 들어간 제품을 권하기도 합니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 자극하는 후비루가 원인일 때가 있어서요. 이 경우는 코막힘약·비염약 성분 정리도 같이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가래기침에 쓰는 거담제 성분
거담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가래를 묽게 만드는 쪽과 가래 분비 자체를 늘려서 잘 밀려나오게 하는 쪽이죠.
- 아세틸시스테인은 끈적한 가래의 결합을 끊어 점도를 낮춥니다. 특유의 냄새 때문에 못 먹겠다는 분도 있습니다.
- 암브록솔과 브롬헥신은 기관지 점액 분비를 늘리고 섬모 운동을 도와 가래가 잘 나오게 합니다. 국내 일반의약품 시럽이나 정제에 흔한 성분입니다.
- 카르보시스테인은 가래 성분 자체의 구성을 바꿔 덜 끈적하게 만드는 쪽입니다.
- 구아이페네신은 기도 분비물을 늘려 묽게 하는 오래된 성분입니다. 종합감기약에 자주 섞여 있습니다.
거담제를 먹었는데 기침이 늘어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가래가 묽어지면서 밖으로 나오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때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약을 하나 더 먹는 것보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한눈에 보는 비교
| 구분 | 진해제(기침약) | 거담제(가래약) |
|---|---|---|
| 목적 | 기침 반사를 줄임 | 가래를 묽게 해 배출을 도움 |
| 맞는 증상 | 가래 없는 마른기침, 밤기침 | 가래가 걸리는 기침, 끈적한 가래 |
| 주요 성분 | 덱스트로메토르판, 코데인 계열 | 아세틸시스테인, 암브록솔, 브롬헥신, 카르보시스테인, 구아이페네신 |
| 흔한 반응 | 졸음, 어지러움, 변비(코데인 계열) | 속 불편감, 메스꺼움, 특유의 냄새·맛 |
| 같이 쓸 때 | 가래가 많은데 진해제만 세게 쓰면 배출이 어려워질 수 있어 주의 | |
종합감기약에 이미 들어 있다는 함정
기침 때문에 종합감기약을 먹으면서 기침약을 따로 하나 더 사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시중 종합감기약 상당수에는 진해제와 거담제가 이미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같은 성분의 단일제를 얹으면 성분이 중복되죠.
특히 종합감기약에는 해열진통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같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두통약이나 몸살약을 겹쳐 먹다 보면 하루 총량이 훌쩍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약을 두 가지 이상 함께 먹는다면 상자 뒷면 성분표를 한 번 비교해 보세요. 졸음 성분이 겹치는 문제는 감기약 졸음 성분 정리에 따로 적어뒀습니다.
판단이 애매하면 상자를 들고 약국에 가는 게 빠릅니다. 지금 문 연 곳은 내 주변 약국 찾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침약과 가래약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
함께 처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가래가 많은 상태에서 진해제 비중이 크면 가래가 남을 수 있습니다. 조합은 약사나 의사와 상의해 정하는 게 좋습니다.
Q. 가래가 누런색이면 항생제를 먹어야 하나요?
색깔만으로 세균 감염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가래 색이 짙어지곤 합니다. 항생제는 진료 후 처방으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Q. 기침이 얼마나 가면 병원에 가야 하나요?
보통 3주 미만은 급성, 3~8주는 아급성, 8주를 넘기면 만성 기침으로 봅니다. 2~3주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거나 점점 심해지면 원인을 찾는 쪽이 낫습니다.
Q. 혈압약을 먹은 뒤로 마른기침이 생겼어요.
ACE 억제제 계열 혈압약에서 마른기침이 알려진 반응입니다. 임의로 끊지 말고 처방한 의료진에게 알려 조정 여부를 상의하세요.
Q. 아이에게 어른 기침약을 반으로 나눠 먹여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연령 제한이 걸린 성분이 있습니다. 용량은 체중 기준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어린이용 제품을 따로 쓰는 게 맞습니다.
이런 기침이면 약보다 진료
-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올 때
- 숨이 차거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같이 날 때
- 고열이 며칠째 이어질 때
- 체중이 줄거나 밤에 땀이 심하게 날 때
- 기침이 8주 넘게 이어질 때
만성 기침의 흔한 원인으로는 후비루, 기관지 천식, 역류성 식도염이 꼽힙니다. 이런 경우는 기침약을 오래 먹는다고 정리되지 않습니다. 원인을 다뤄야 하고요.
가래가 있으면 뱉어내게 돕고, 없으면 눌러준다. 이 한 줄만 기억해도 약국에서 고르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안내이며, 복용 전 약사 또는 의사와 상담하세요.